우린 게으른걸까?

2025. 2. 1. 17:28TokkiSea/Tokki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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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내 브랜드 만들기_ 작업 일지]

퇴사하고, 4개월이 지났다.

정확히 9월 30일에 퇴사했고,

분명 자발적인 퇴사였다.

일이 아니라 사람들로 인해 괴로워서 그만둔 거지만,

그만둔 다는 말을 회사에 내가 꺼냈으니. 그건 내가 선택한 거였다.

그때 당시 내 주변의 친한 지인의 반 정도가 퇴사한 상태였고,

(이로써, 알 수 있겠지만 지인이 몇 없다.)

다들 퇴사한지 길게는 4년. 짧게는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.

그럼에도 그들을 만나 술 마시고 노는 건 그전과 다른게 없이 똑같았다.

그때 내심. 나도 모르게 '아 그만둬도 똑같이 살 수 있구나?' 하는 생각이

내 마음 어딘가 스며 들었던 것 같다.

그래서인지 회사를 그만두었다.

나는 그만두고 나면 뭔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다.

원래 회사란 사람이 여럿인데도 속도가 나지 않는 구조 아니었던가?

모두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진행시키는 그 반복됨 속에

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.

그리고 그 일들로 인한 사람과 사람 사이 괴로움의 연속.

여하튼 이제 혼자 진행하게 되니 그런 수고는 덜 수 있으리라.

그러니 뭐든 빨리 될 거라고 생각했다.

그런데 4개월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보면,

내 예상과는 달리 현저히 떨어지는 아웃풋이다.

지난날을 회상해 보자면,

1개월 -놀랍게도 회사를 그만둔 첫 달은 회사 사람들을 만나서 그만둔 사유를 말해주기 바빴고

2개월- 그동안 고생했으니 모르겠다~ 나도 좀 쉬자 하는 마음에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고

3개월- 다시 회사에 가야 하나? 하는 고민에 면접도 보고 심란했으며

4개월-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퇴사라는 결정을 하게 만든 사람들 생각에 잠을 설쳤다.

4개월이 진짜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.

내가 뭘 했었는지 잘 생각도 나질 않고, 쉰 것 같지도 않다.

분명 바빴지만 실체가 잘 없는 느낌이랄까.

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, 가장 많이 들었던 건

회사 밖은 추우니까 회사에서 다음을 준비 하란 말이었다.

하지만 회사에 있을 땐 도무지 무언가를 할 여유가 없었다.

하루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고 하지만,

퇴근 이후에 나는 넷플릭스를 보며 맥주를 마셔야 다음날 회사를 갈 수 있을 힘이 날 것 같았다.

보상받고 싶었다. 나의 고생을. 나의 시간을

지금 와서 돌이켜보면,

그분들 말이 맞다. 밖은 너무 춥다.

하지만,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이 상황과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고

매일 나를 갉아먹는 기분을 느꼈을 테다.

지금 이 마음과 상태 (밖에 춥다는 걸 아는)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,

나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,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갈 준비했을 거다.

진심이다. 너무 추우니까/

하지만 그건 일어날 수 없는 가정이다.

그렇기에 잘 퇴사했다.

이제라도 이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.

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는 내내 내가 게을러서 준비를 못 한다고 생각했다.

게을러서 하루 한두 시간을 투자 못한다고 생각했다.

그런데 지금 보니 아니다.

나는 게으른 게 아니라, 회사를 너무 열심히 다녔다.

온통 회사 일만 생각했다.

이제 내 일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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